업계를 넘어 학계에서도 최고 AI 책임자(CAIO) 직책을 도입하고 AI 전략을 조직의 전 계층에 적용하고 있다.

학계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 성장을 촉진하곤 하지만, 새로운 조직 구조를 이끄는 역할은 대체 업계가 맡는다. 예를 들어 CAIO 직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조직 차원의 AI 전략이 대표적이다.
CAIO는 2023년경 민간 부문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정부와 고등교육 기관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조지메이슨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 GMU)의 CAIO이자 컴퓨터공학 교수인 아마다르 셰후는 아직까지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GMU 외에도 캐나다 웨스턴대학교(Western University),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주립대학교(Sacramento State University) 등이 CAIO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셰후는 GMU가 AI 혁신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CAIO 직책 도입을 넘어 체계적인 AI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정보·지능 시스템 부서를 처음부터 구축한 바 있다.
셰후는 GMU의 AI 접근 방식이 전략적이면서도 ‘생성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기관에서는 생성과 관련한 요소가 부족한 경우가 있지만, GMU에서는 교직원, 교수, 학생, 외부 파트너가 모두 협력해 인재 및 경제 발전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공동으로 솔루션을 구상하고 구축하며, 반복 개선해 대학 전체 공동체에 혜택을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셰후에 따르면 특히 GMU는 사회적 영향력과 함께 책임 있는 AI를 추진하기 위해 ‘AI2Nexus’라는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용례를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GMU는 최근 챗봇, 문서 분석, 시험 준비, 식사 지원 리소스, 강의계획서 개선 등 여러 AI 도구가 포함된 방화벽 기반 플랫폼 패트리어트AI(PatriotAI)를 출시했다. 일부 기능에는 접근 제한이 있지만, 플랫폼은 특정 집단을 배제하지 않으며 대학 구성원 누구나 활용하고 직접 도구를 만들어볼 수 있는 샌드박스 역할을 한다.
셰후는 “교수는 강의 자료를 업로드할 수 있고, 교수진이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 늦은 밤이라도 학생 스스로 학습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료를 활용하고, 질문을 던지며, 모의 퀴즈나 시험을 만들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이미 챗GPT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강의 자료를 외부 웹사이트에 올려 지적재산권이나 프라이버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트리어트AI는 초기 단계에서 마련된 에이전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새로운 기능 창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셰후는 “대학 공동체 구성원이 다음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직접 결정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일종의 내부 자립 방식”이라고 말했다.
팀 차원의 노력
하지만 셰후 혼자서 GMU의 AI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대학의 CIO로 합류한 샤메인 매디슨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CIA와 미 공군에서 IT 업무를 담당했던 매디슨은 AI와 그에 걸맞은 사이버보안을 GMU의 핵심 IT 축으로 삼고 있다.
특히 매디슨은 GMU의 스마트 캠퍼스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 캠퍼스와 디지털 캠퍼스를 하나의 새로운 유기체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매디슨은 먼저 건물 점유율, 난방·냉방, 접근성 지표 등을 추적해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GMU가 이미 접근성이 뛰어난 캠퍼스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AI와 기술을 더욱 잘 활용해 캠퍼스 곳곳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학습을 촉진하며 교육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GMU는 높은 연구 성과로 인해 ‘R1 연구 기관’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많은 고등교육 기관처럼 단순히 AI 연구 자체에만 집중하지는 않고 있다. 매디슨은 “윤리적이고 투명한 AI 관행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셰후는 그렇다고 연구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새로운 연구, 새로운 발견, 새로운 혁신을 촉진하고자 한다. 이는 AI 중심 기술 개발뿐 아니라 물리학, 생물학, 생명공학 등 다른 과학 분야의 AI 활용 연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GMU는 AI 종합 전략의 일환으로 대학 내외 팀과 조직 전반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부서별 또는 인구통계학적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동시에, 대학 내부를 넘어선 외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식도 포함한다. 예컨대 셰후는 정부 디지털 전환 기업 브릴리언트코퍼레이션(Brillient Corporation)의 최고디지털책임자 리처드 자치크과 함께 ‘AI-in-Gov’ 위원회의 공동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 생태계를 구축하는 이 협력 구조는 연방, 주, 지방 등 각급 정부 리더, 정부 기술 솔루션을 설계하는 업계 조직, 그리고 AI 연구자가 함께 참여해 AI 솔루션을 아이디어 단계에서 프로토타입, 실제 구현 단계로 이어가도록 하고 있다. 모든 과정은 대학의 보안 환경에서 검증된다.
여기에 더해, 학생과 기존 인력의 AI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구글과 협약을 맺고 버지니아주 전역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이니셔티브(Virginia Has Jobs)도 있다. 셰후는 이 프로그램이 GMU의 책임 있는 AI 대학원 과정과 새롭게 개설된 AI 석사 학위 과정을 중심으로 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GMU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매디슨은 “비용이 너무 크다, 절차가 복잡하다, 규정을 잘 모른다라는 우려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대학 공동체와 버지니아주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이를 추진할 수 있었다. 이는 다른 기관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참여해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 넓은 학계 커뮤니티
GMU를 넘어, 대학 교육 전반에서 개별 AI 솔루션 도입과 더 넓은 차원의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이언트대학교(Bryant University)는 부총장 겸 CIO 척 로쿠르토의 리더십 아래, 학생·교수·직원을 위한 AI 교육과 이를 지원할 도구를 도입하고 있다. 로쿠르토는 “AI 전략은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트대는 올해 초 생성형 AI 챗봇 ‘애스크터퍼(AskTupper)’를 출시했으며, 로그인 없이도 웹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 도구는 정책, 자원, 행사와 관련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대학은 이를 통해 재학생, 입학을 고려하는 가족 등 이해관계자의 반복적인 문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브라이언트대는 매년 개최하던 앱 경진대회를 AI 기반 프롬프트 경진대회로 발전시켰다. 학생들은 직접 AI를 활용해 새로운 AI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구상하고 개발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가령 수상작 중 하나인 ‘클럽매치AI(ClubMatchAI)’는 학생의 관심사와 성격에 맞는 동아리를 추천해주는 앱이다.
브라이언트대의 AI 기술 파트너인 알리안트디지털(alliantDigital)은 대학이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AI 튜터 ‘스트래티지구루(Strategy Guru)’, 마케팅 챗봇 ‘브랜드구루(Brand Guru)’ 등이 개발됐으며, 앞으로는 다양한 이용자 집단을 위한 추가 AI 튜터 도구도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스스로 AI 101 교육 과정을 이수하며, 링크드인러닝(LinkedIn Learning)의 기업용 계정을 통해 수천 개의 AI 핵심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로쿠르토는 “교직원들에게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도 IT 소속 직원이 링크드인러닝에서 2개 이상의 AI 관련 강좌를 수강하는 것을 성과 평가 목표로 삼고 있으며, 특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을 수강할 것을 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대의 AI 종합 전략은 하향식과 상향식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 각 학과는 자체적으로 업무 효율화를 위한 AI 사용례를 발굴해 제안하고 있으며, 일부는 실제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검토 중이다. 로쿠르토는 “우리가 차세대 LLM을 개발하는 학교가 되지는 않겠지만, 대신 AI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 공공 및 민간 조직에 관계없이 AI 전략이 조직 전반에 깊이 뿌리내릴수록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아사나(Asana)의 사내 혁신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AI 확산에 성공한 조직은 중앙집중형 배포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154% 더 높았다. 대학이 업계의 전례를 따르면서도 연구와 교육이라는 축을 추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경쟁력을 선점할 대학은 조직의 전체 영역에 AI를 통합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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